산행 이야기.

🌸봄꽃과 폭설이 공존한 하루 – 옥천 어깨산의 반전 산행기 🌸

봄날 오후3시 2025. 4. 15. 20:21

산들머리 주차장에 복숭아 나무가 꽃을 활짝피었다.

지난 주말, 날씨가 좋지 않다는 예보를 알면서도 나는 산으로 향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봄이라는 계절은 참 기특하고 대견하고, 무엇보다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 따스한 생명력은 어떤 궂은 날씨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 '어깨산'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이번에 찾은 산은 충북 옥천에 위치한 어깨산.
이름부터 유쾌한 이 산은 실제로도 누구나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완만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부담 없이 봄 산행을 즐기고 싶을 때 딱 좋은 곳이다.

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온통 복숭아꽃이 만개해 있었다.
따뜻한 봄 햇살과 어우러진 그 화사한 풍경이 이미 마음을 들뜨게 했다.

🌺 진달래와 함께한 봄 산행

진달래 꽃이 봄비를 맞아 더 진하게 보인다.

산행 내내 연분홍 진달래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어 봄의 정취를 한껏 더해주었다.
이따금 불어오는 산바람 속에서 꽃잎이 살랑일 때면
그저 숨을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봄이 온몸에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하늘이 점점 흐려지더니, 정상에 가까워질 무렵부터는
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폭풍우, 그리고 4월의 폭설

비는 곧 굵어졌고, 강풍을 동반한 폭풍우로 바뀌었다.
텐트는 날아갈 듯 흔들렸고, 해가 지면서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우리는 바닥에 몸을 최대한 낮추고, 텐트를 고정하며 밤을 버텼다.

그렇게 밤새 뒤척이다가
이른 아침, 텐트 문을 열고 마주한 풍경은 실로 놀라웠다.

“이게 무슨 일이야... 4월에 폭설이라니.”

연한 새싹과 진달래꽃 위로 하얀 눈이 소복히 내려앉아 있었다.
놀랍고도 아름다운 광경.
하지만 한편으론 막 피어난 생명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상고대와 초록 봉우리가 대조적이다.
4월에 내린 눈.

 

🍃 조용히, 흔적 없이 떠나다

우리 일행은 해가 뜨자마자 주변을 정리했다.
등산객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머문 자리엔 흔적 없이 말끔히 정리했다.
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지만, 그만큼 예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날의 어깨산은
봄과 겨울이 한날한시에 공존한, 그야말로 반전 가득한 하루였다.
그리고 그 모든 날씨와 풍경을 껴안은 이 산행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