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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 속 기적처럼 남아있던 만휴정, 그리고 그날의 드라이브

봄날 오후3시 2025. 5. 9. 21:06

 

5월의 어느 날, 안동의 만휴정으로 엄마와 함께 조용한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얼마 전 발생한 대형 산불 이후의 풍경이 어떨지 너무나도 궁금했던 길이었죠.
엄마를 바람 쐬게도 해드릴 겸, 마음 한편에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차를 몰았습니다.

🛣 도심을 벗어나자마자 드러난 참상

의성산불로 온통 다 타버린 산들이보인다.
마을까지 내려온 산불 흔적

안동 시내를 빠져나와 얼마 가지 않아 눈에 들어온 건,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습니다.
좌우로 펼쳐진 산자락들이 온통 시커멓게 타버려 있었습니다.
초록이 살아 있어야 할 계절인데, 그곳엔 한 줌의 녹음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타버린 채 남아 있는 집들, 그을음으로 덮인 나무 껍질들,
그리고 ‘이 산에 살던 동물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오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 기적처럼 남아 있던 만휴정

폐허가 되어버린 만휴정을 찿는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잘 지켜진 만휴정 모습

그렇게 침묵 속에 한참을 달려 만휴정에 도착했습니다.
놀랍게도, 그곳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주변 산 전체는 잿더미로 변했는데, 만휴정만이 유일하게 무사했던 겁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소방대원들이 만휴정 전체를 방수포로 덮고,
산불이 몰려오는 내내 물을 끊임없이 퍼부었다
고 하더군요.

🔥 그날의 불 속에서 만휴정을 지킨 사람들

타오르는 불길 속, 목숨을 걸고 문화재 한 채를 지키기 위해
물을 퍼올리고 또 퍼올렸을 소방관들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요?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그럼에도 그들이 선택한 일은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서서,
지켜낸 풍경 앞에 서 있는 내가 오히려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미스터 선샤인의 대사중


🧭 마무리하며

이번 드라이브는 단순한 외출이 아니었습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지켜낸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하루였죠.
지금도 어딘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누군가를 지키는 분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더 조심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 [만휴정 위치 안내]

  •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길 105
  • 네비게이션에 “만휴정” 입력 시 정확히 안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