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여파에 발걸음을 돌려, 대청호로
오서산 백패킹을 준비하던 중 최근 전국 산불 충격으로 산행은 포기,
인명 피해까지 이어진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산행을 멈춰야 할 때라는 판단에, 일행들과 함께 대청호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도착한 대청호는 흐린 하늘 아래 조용히 숨 쉬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기 전의 차분한 공기, 나무 사이로 스미는 습기마저 위로가 되던 순간이었습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남겨진 것들
비가 오는 들레길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람의 흔적.
편의점 봉투, 플라스틱 컵, 빈 캔들이 군데군데 널려 있었습니다.
우리가 하룻밤을 머문 자리.
그저 스쳐 가기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일행들과 함께 주변 쓰레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주운 것뿐인데도 봉투는 금세 가득 찼습니다.
이 쓰레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려졌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봄비와 텐트, 그리고 깊어진 감정
빗소리를 배경으로 한 텐트 속의 시간은 정말 고요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공간에서 나눈 대화와 웃음, 따뜻한 차 한 잔.
그 순간이 있어 백패킹을 다시 떠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자연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안식을 주지만, 우리는 과연 자연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아침, 다시 마음을 다잡다
새벽, 구름 너머로 살짝 얼굴을 내민 햇살이 물 위에 반사됩니다.
밤사이 내린 봄비가 대청호를 더욱 맑고 투명하게 만든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하루, 다시 작은 다짐을 합니다.
‘다음에도 우리가 지나간 자리는 아니온듯 께끗하게 하자.
우리가 남긴 건 흔적이 아니라 ‘작은 실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며 정리했습니다.
누군가의 무심함을 대신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
그리고 그것은 분명,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고 있다는 조용한 표현이었습니다.
📌 캠핑을 마치며
“감성 캠핑”이라는 말이 흔하지만,
진짜 감성은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자연은 쉼을 주지만, 그 안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예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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